「이봐 이봐, 어디 가는 거야?」

「몰라, 앞에 가서 장어한테 물어 봐!」

요즘 세간에서는 라쿠고가 대유행이라고 하니 아시는 분도 많으리라 여겨지는 이 이야기.

고전 라쿠고에는 다양한 음식이 등장하지만 장어가 나오는 대표적 이야기로는 다음 세 가지

가 있다.

우선은 「시로우토 우나기」.

신장개업한 장어 가게에 들어갔더니 요리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살펴보니 주방장이 없어

서 곤란한 점주가 장어를 손질하느라 야단법석. 손에 잡은 장어는 도망치려고 앞으로 앞으로

움직이고, 점주도 그 장어에 딸려가 계속 앞으로 가다가 가게 밖으로 뛰쳐나와… 그래서 앞

에서 말한 익살로 끝맺어진다.

다음은 「고쇼 우나기」.

장어 가게 앞을 우연히 지나가게 된 노인이 도마 위에 놓인 장어를 불쌍히 여겨 주인으로부

터 장어를 산 뒤에 강에 놓아주었다. 가게 주인은 쉽게 돈을 벌었다며 다음날부터 그 노인이

가게 앞을 지나길 기다린다. 어느 날 장어를 사오지 못한 주인은 급한 마음에 자신의 아이를

도마에 올려 버린다. 이번에도 역시나 노인은 돈을 지불했지만 장어와 마찬가지로 주인의 아

이도 강에 첨벙…. 잔혹한 이야기를 웃음으로 바꾸는 해학적인 만담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장어의 고소한 냄새와 연기가 연상돼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게 된

다는 것은 정말일지도!?

「우나기노 다이코」는 다이코(술좌석에서 주인과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고 재주를 부리며 기

생이나 무희를 도와 흥을 돋구는 남성의 직업)가 손님으로 온 나리의 비위를 맞추던 중 「장

어라도 좀 들지 않겠소?」하는 나리의 말에 혹하여 장어구이며 술이며 진수성찬을 정신없이

먹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상히 여겨 확인해 보니 그 나리는 장

어구이까지 선물로 챙기고 돈도 내지 않고 도망갔다는 이야기. 순조롭게 장어를 대접받으려

꾀를 부린 다이코가 반대로 자기가 전부 돈을 내게 된 우수꽝스러운 이야기이다.


그밖에도 「다가야」에는 주인공이 무사에게 「일본도를 두 자루 꽂은 사람(에도기의 일본

무사는 허리에 크고 작은 두 자루의 일본도를 찬 데서 이렇게 불린다)이 어떻다고. 장어구이

는 4자루나 꽂았어!」라고 기세 좋게 말하는 장면이 있는 등, 장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제

법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