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박사인 김경동 원장은 매일신문에 인기리에 연재한 성(性) 동의보감에서 '장어'란 제

목으로 다음과 같이 썼다.

'옛날에 한 가난한 선비가 있었다. 끼니도 잇기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조강지처는 기운 없는

남편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었다. 마침 지나가는 생선장수를 붙잡고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장어 몇 마리만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결국 아내는 몸으로 때우고(?) 장어 2마리를 얻어 밥상에 올렸다. "집안 형편도 어려운데 웬

장어야?"하고 남편이 묻자 아내는 울면서 사실을 고백했다.

남편은 화가 났지만 조용히 말했다. "모든 게 내 탓이니,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짓을 하지

마시오."

그런데 며칠 후 밥상에 또 다시 장어반찬이 올랐다. 남편이 성난 목소리로 아내를 추궁했더

니, 흐느껴 울면서 아내 왈, "당신이 앞으론 하지 말래서 이번엔 뒤로(?) 했는데… 흑흑"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에 몸보신하려고 강변 장어 집은 성황을 이룬다. 장어는 얼른 보기에

뱀과 비슷해 징그럽지만 맛좋고 영양 많은 스테미너 음식이다. 보통 성인의 하루 비타민A 필

요량은 2,000단위인데 장어 100g 속에는 3,000단위가 있으며 쇠고기보다 200배 정도가 많은

비타민이 들어있다고 한다.

또 소화 잘되는 단백질과 고급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여 어느 어류나 육류의 지방과 달

리 식욕을 증진하고 말초혈관을 강화해 준다.

동의보감에는 장어를 〈만려어〉라고 했는데 '오장이 허약함을 보강하고 성생활을 과로하여

폐결핵이 된 것을 다스리며, 허리와 다리를 따뜻하고 강하게 할 뿐 아니라, 여성의 냉대하증

과 음부 가려움증을 치료한다. 또 몸이 허약하여 죽어가던 사람이 이것을 먹고 살아 난다'고

하였다.

정력제로도 애용되는데, 옛날 중국의 호사가들은 장어를 여성의 음문으로 넣어 장어가 움직

이면 여성이 흥분하여 음액을 흘리면서 절정에 이를 때 장어를 꺼내 먹었다고 한다. 장어를

통에 넣고 막대기로 휘저으면 체표에서 미끈미끈한 점액을 내는데, 이때 몇 가지 약재를 넣

어 달이면 끝내주는 강정제가 된다.

그런데 선비의 아내는 정말 장어 2마리 때문에 몸을 팔았을까. 아니면 장어보다도 장어를 상

복한 생선장수의 절륜한 정력에 반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