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의 ‘민물뱀장어 마늘백숙’ - 바람피우기 좋은 음식 -

  연산군 시절에 채홍사들은 처녀들을 찾아내려 바닷가 마을을 헤매며 요란법석을 떨었고,

어부들은 연산군에게 진상할 민물뱀장어를 잡으려고 날카로운 작살로 늪지를 작살질한다.

  민물뱀장어 마늘백숙 요리를 해먹은 연산군은 그날 밤 사랑하는 장녹수만으로는 부족해서

채홍사들이 대령한 미녀들을 침소에 불러들인다.

  스태미나의 화신이라면 우리 역사 속에선 폭군 연산군이 단연 으뜸이었다는 것은 삼척동자

도 다 알리라. 이렇듯이 역사 속에서 소문난 바람둥이가 엽색행각에 어느 정도 전념했는가

하는 것은 그 종류의 다양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연산군이 음탕한 짓을 일삼을 때 채홍사들

이 진상한 미녀는 물론이요, 사대부집의 유부녀와 심지어는 출가한 비구니까지 가리지 않고

싹쓸이 여자사냥을 했으니 말이다.

  연산군의 하루 일과를 보면 낮에는 유난히 동물사냥을 좋아해서 사냥터에서 시간을 보내다

가 저녁이면 대궐로 돌아와 연회를 베풀곤 하였는데, 주흥을 더욱 호기롭게 하기 위해서 장

악원(掌樂院)이라는 공청(公廳)을 만들어 놓고 숱한 기녀들로 하여금 연산군 자신이 좋아하

는 춤인 처용무를 추게 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녀들이 춤을 출 때는 옷을 홀랑 벗고 갖은 난

잡한 몸짓을 다 부리도록 하였고, 연산군도 구경으론 만족치 않았던지 자신도 옷을 훌훌 벗

어 버리고 기녀들과 더불어 덩실덩실 춤을 추었으니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목불인견

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리기는커녕 횡음을 일삼

는 연산군에게 더욱 부채질을 하는 임사홍 같은 간신은 전국의 미녀들을 진상하기에 바쁜 나

날을 보냈다.

  그렇지만 임사홍이 아무리 채홍사의 역할을 잘 하여 전국의 미녀들을 쉴새없이 잡아 드렸

다 해도 연산군의 스태미나가 뒷받침해 주지 않았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내 개인

적인 생각인데 왕과 대통령의 정력요리 역사로 비춰보자면 그때 당시 연산군에게 민물뱀장어

마늘백숙만 수라상에 올리지 않았어도 폭군 연산군은 탄생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 숙인 임금

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음식역사로 보면 폭군을 만든 것은 바로 이 민물뱀장어 마

늘백숙이었다. 사실 지금도 기운이 떨어지는 삼복더위의 보약은 단연코 민물뱀장어 마늘백숙

이 아닌가? 이처럼 연산군의 정력을 왕성하게 만들어준 민물뱀장어 마늘백숙요리는 아주 요

리하기도 쉽다.

  먼저 깨끗이 씻은 민물뱀장어를 껍질을 벗겨서 솥에 넣고 통마늘과 함께 은근한 불로 서너

시간을 보약 달이듯 푹 삶는다. 끊일 때에 위에 뜬 노란 기름은 건져내고 뱀장어 살이 물러

서 뼈까지 녹았다 싶을 때 베보자기에 짜서 뽀얗게 우러난 국물을 마시는데 간은 소금 외엔

절대 금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민물뱀장어 마늘백숙을 먹은 연산군은 넘쳐나는 그 스태미나를 어찌할 수

없어 삼복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낮에 눈여겨 둔 궁녀들의 처소를 쉴새없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상감마마! 이러시면 아니 되어요.”

  “네 이년! 오늘밤 죽어 보렷다.”

  “상감마마! 상감...마...마...”

  하긴 궁녀들이란 이제나 저제나 임금의 사랑 받기를 삼년 가뭄에 비오기를 기다리듯 하던

터인지라 연산군에 눈에 든 궁녀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갖은 기교를 다 부려 연산군을

사로잡으려 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날 밤 결과는 왕성한 스태미나의 소유자인 연산

군의 KO승이었다. 비명을 지르던 그 궁녀는 여덟팔자로 죽은 듯이 늘어지고 연산군은 아직도

힘이 남아돌았다.

  “상감....마....마.....”

  “네 이년! 새벽은 아직도 멀었는데 벌써 허벌레라니”

  어디 그 뿐인가? 그들이 밤을 즐겼던 그 궁녀의 처소는 구들장이 내려앉아 다시 방구들을

손봐야 했단다.

  이렇게 연산군의 스태미나를 북돋아 준 민물뱀장어 마늘백숙은 한 사람당 한 마리 이상 복

용은 금물이다. 마늘을 넣고 달인 것이기 때문에 욕심을 부려 먹으면 배탈이 날뿐더러 영양

과잉이 된다.

  우리는 밤마다 미녀들과 놀아난 연산군을 방탕한 폭군이라고 욕을 하면서도 내심으론 은근

히 연산군의 정력을 부러워한다.

  그렇지만 연산군이 즐겨 먹은 스태미나 요리가 민물뱀장어 마늘백숙이었다는 것을 안 이상

고개 숙인 요즈음의 우리 남성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것이다. 어찌 보면 연산군은 남성들의

성 고민 클리닉의 해결사가 아닌가? 다시 말해서 각자의 타고난 아랫도리 하인 녀석을 잘 다

스리는 길은 아무래도 이 민물뱀장어 마늘백숙이 최고라는 결론이다.

  졸부들이 소동을 벌이는 곰발바닥 요리보다도 훨씬 효력이 능가하는 이 민물뱀장어 마늘백

숙은 구하기도 쉽거니와 요리법도 간단하여 바쁜 샐러리맨을 밤마다 연산군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오늘 밤도 내일 밤도 우리 시대의 남성들은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푸른 하늘을 보

며 각자의 사랑하는 애인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감격한 나머지 연산군을

성군(聖君)이라고 부르는 실수는 말아주기 바란다. 연산군이 우리에게 민물뱀장어 마늘백숙

으로 희망을 주었다고 해도 그는 폭군이었음은 분명하니까.

⇒ 삼수장어『연산군탕』이 이래서『연산군탕』이구나